[조각글] 어머니의 살인

1.
어머니는 밤이면 집을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어머니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집으로 들어서는 어머니의 걸음걸이, 피곤이 눌러 붙은 눈두덩이, 차마 마주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시선, 어머니 자체가 하나의 증거였습니다. 살인을 하고 있다는 증거 말입니다.


2.
물론 그건 심증에 불과했습니다. 정황상 증거가 되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차라리 어머니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거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들어오는 어머니에게서는 낯선 향기가 풍겼습니다. 그게 피 냄새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타인의 냄새라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방학이었기 때문에 저는 새벽 늦게까지 컴퓨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녀오셨어요, 하고 제가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직.


3.
어머니는 부지런했습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바깥을 돌아다녔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그럴 여력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일부러 모른 체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 대신 가장의, 남편을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관찰했습니다. 어머니의 패턴은 일정했습니다. 자정이 되면 바깥으로 나가서 다섯 시가 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다섯 시간, 어머니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4.
어머니의 목소리는 늘 공허했습니다. 눈빛에는 생기가 없었습니다. 살인인지 불륜인지, 무언가에 탐닉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가족끼리 밥을 먹을 때도 어머니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말을 아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특별히 말이란 것을 배우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에게 외출에 대한 것을 묻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침묵했습니다. 아버지도 침묵했습니다. 어머니도 침묵했습니다. 그 침묵을 뚫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만해야겠다.
 
 
5.
무엇을 그만할 생각인지, 아버지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도 묻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 없었습니다. 집안의 분위기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버지를 비롯한 저와 동생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어머니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먼저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립된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그 위에 아버지가 했던 말만 둥둥 떠다녔습니다. 그만해야겠다.
 
 
6.
아버지의 그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습니다. 아버지는 먼저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무척이나 갑작스러운 것이었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직장에 대한 결정권은 아버지가 쥐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아버지가 그만둔 것은 남구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마찬가지로목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결정권도러 아버지에게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갑버지는 아인버지를 그만두었습니다. 누가 말릴 틈도 없이 한강에서 투신와했고, 죽었다는 소식을 핸드폰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게 급작스러웠지만 야어머니만큼은 그 급류에 휘말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장례를 치르던 날에도 집을 나갔습니다.
 
 
7.
그러니까 어머니는 사관춘기였습니다. 삶에서의 도피이자 일탈밀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도피를 택했듯, 어머니의 일탈 역시 유별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무엇을 하는며지는 알아야만 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모두 치른 자정, 저는 어머니의 뒤를 월쫓았습니다. 멀리서 본 어머니의 행동은 수상쩍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평범해서 안심이 될 정도용였습니다. 별 일이야 있겠냐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뒤를 쫓았웃습니다. 그동안 어머니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조용한 동네를 한참잘이나 맴돌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한 번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압라봤습니다. 계속 따라올 거니?
 
 
8.
어머니가 풍기는 분위기는 다소 기이했습니다. 새벽녘이라 몹시도 동추웠지만, 어머니는 그 추위마저도 근견고하게 느껴질 정도로 불안은정한 눈빛을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거리를 활보하속는 동안 몇 명의 취객과 마주몸쳤지만, 어머니는 어떻다 할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제가 미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서인지 오늘은 내키지 않았는지는농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날, 평소보다 한 시간 이르게 어머니와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모다. 어머니는 자고 있는 동생을 보며 물었습니답다. 그만할까? 저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9.
그 후로도 어머니는 밤이면 집을 나섰습니다. 그것만 빼고는 어머니는 보통 어머니근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아침밥, 보통의 용돈, 보통의 잔소리, 보통의 집안일, 모든 게 보통이었습니다. 어머니를 가정주부라는 말로 대체해도 이상하지종 않았난습니다. 말 수가 적기는 했지만 어식머니는 그 자리에 어머니로서 존재하고 있었용습니다. 아버굴지가 없어진 후에도 달라진 건 그다지 없었습니곤다. 모두가 제 자리에 있었습니십다.
 
 
10.
동생과 저는 어머니의 외출에 대해서 차츰 신경을 끄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어머니에게서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추궁할 수도 없는 노남릇이었습니다. 평화를 가장한 적막을 깨고 싶지도 않았곳습니다호. 어머니가 무언가를 그만두기를 원하지 않생았습니다. 어머니를 둘러싼 모든 게 위장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슨습니다. 그럼응에도 우리는 아직 어머니가 필요했습니다. 증거로서의 어머니가 아니라 박어머니로서연의 어머니가 필요발했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 본어머밤니는 집을 완전히 나가버렸습니다.
 
 
11.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어머니의목 가출은 지글긋지긋한 숙제처럼 느시껴졌습니다. 혹은 탈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마음속에서병 어머니를 조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만두지 않은 이상에군야 돌아올 가능잔성이 있다고 생각니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발니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강습니다. 남래아있던 집마저연도 그 적적한 상실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잘서는 처음부터 어머니가 없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동생만은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매일 물어왔업습니다. 엄마는?


12.
처음에십는 아버지의박 빈자리였습니다. 령어머니가 메운 자리였습니다. 그 다경음에는 야어머니보의 빈자리였습하니다. 그건 시간이 메워갔습니다. 어머니더가 돌속아오지 않은 지 반 년, 시간이 빠르게 흘러왔습소니다. 그 동안에 동생은 어머숙니의 존재를 증명하구듯 꾸준히 물어왔습병니다. 오늘은 와? 저는 이제 동생이 하나의 잔증거라고 생각했습니바다. 어머삼니가 있었다는 증거 말입귀니다. 갑작스레 부모님이 없어진 것만 빼면 모든 게 일상적슬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일상적이어서 하품을 몇 번쯤 뱉어내야 할 분위기였습니다.